'골프 여왕' 박세리의 꿈과 사랑이야기 "나비스코만 잡으면 그랜드슬램인데"
중앙일보와 중앙방송ㆍ조인스 아메리카가 3사 공동으로 후원하는 LPGA투어 제39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ㆍ우승상금 30만 달러)'이 1일부터 4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에는 최고의 스타 미셸 위 '지존' 신지애 또 지난주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한 서희경 등 정상급 골퍼들이 남가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ㆍ6702야드)에서 열띤 샷 경쟁을 벌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골프여왕' 박세리(32)의 한인 첫 그랜드 슬램 달성 여부.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팜데저트의 빅혼 컨트리클럽에 위치한 박세리 집에 초대를 받았다. 2천 스퀘어 피트에 3베드룸 수영장까지 포함된 화려한 집이었다. 2005년 삼성월드챔피언십 초대 대회에 출전하면서 주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집을 구입했다고 한다. 바로 전 주인은 지금은 은퇴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박세리에게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는 대회다. 박세리는 LPGA 챔피언십(3회 우승) US 여자오픈(1회 우승) 브리티시 여자오픈(1회)을 모두 제패했지만 유독 나비스코 챔피언십과는 인연이 없었다. "내 손안에 열쇠가 있다는 느낌은 계속 들어요. 하지만 열어도 열어도 자물쇠가 계속 나오는 느낌이에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세리는 2007년에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당시 4라운드를 4언더파 선두로 출발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5번홀부터 내리 4개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져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세리는 "당시 챔프조에서 함께 쳤던 수잔 피터슨이 워낙 슬로 플레이어라 내 리듬이 끊어지고 말았어요. 솔직히 수잔한테 짜증이 많이 났죠"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라운드였어요"라고 회상했다. 실수했던 홀들을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니 그만큼 가슴이 아팠던 모양이다. 당시 라운드를 마친 뒤 박세리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에 앞서 박세리는 2001년에도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유지했지만 끝내 우승하지 못했다. "그동안 억지로 연못에 빠지는 꿈을 꾸려고도 했어요"라고 말한 데서 그녀가 얼마나 나비스코 대회 우승을 원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나비스코 대회는 박세리 뿐 아니라 한인낭자들 모두에게 어려운 코스로 악명이 높다. 그동안 한인선수들이 많은 우승을 했지만 나비스코를 정복한 선수는 2004년 박지은 한 명 뿐이다. 그러나 박세리도 이젠 많이 성숙해졌다. 우승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이라도 우승을 했다는 건 골퍼로서 최고의 삶이자 큰 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샘 스니드도 PGA투어 사상 최다인 82승을 거뒀지만 US오픈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잖아요. 또 탐 왓슨도 메이저 대회에서 8승을 올렸지만 PGA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고요. LPGA의 수퍼스타인 낸시 로페즈도 LPGA 챔피언십 이외에는 메이저 우승이 없죠”라면서. 이어 “그동안 또 내가 해놓은 게 있지 않냐”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고 우승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만들고 싶다”라면서 ‘골프여왕’의 자존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LPGA서 초창기를 함께 보낸 김미현이 득남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좋아하는 남자하고 결혼하는 용기를 가진 미현 언니가 부럽다”고 말했다. 또 최근 새 퍼팅코치로부터 레슨을 받고 있는데 “너무 심각하게 치지 말고, 즐기면서 골프를 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나비스코 대회에 대한 작전도 다 짜놓은 듯 했다. “코스 페어웨이가 좁아 거리가 많이 나가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모든 게 조화된 선수가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면서 “욕심내지 않고 치다보면 주말에 좋은 소식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란초 미라지=원용석 기자